예비 낙하산이 안 빠졌던 이야기 - 회원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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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비 낙하산이 안 빠졌던 이야기
작성자 송진형 등록일 2006-06-25 15:00
조회 894
(사진) 아래 노란 이너커버는 가운데만 연결고리가 있는 옛날 것, 위는 옆에도 고리가 달린 신형 이너커버로 낙하산을 싸고 옆에다 낙하산 손잡이 끈을 연결한 모습.

필자는 지난 5월 합천에서 치러진 챔피언전 세번째 타스크인 13일 비행중에 리사이드의 심한 난기류에서 예비낙하산을 펴려고 했으나 빠지지 않는 일을 당했다. 다행이 결국에는 캐노피가 회복되어 별일 없이 착륙을 하기는 했다. 그후 인터넷에 글을 올려 모두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어서 선뜻 글을 쓸 생각이 나오지를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안전이 걸린 중요한 문제를 입다물고 있다면 앞으로 어떤 말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해서 글을 쓰기로 결심을 하고 몇몇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는 한 달의 시간이 흘렀는데 먹고 살기에 바빠 쓰지 않다가 오늘 시간을 내서 당시 상황에 대해 보고를 드린다.

이륙을 하고 왼쪽에 몇 대의 기체가 올라가고 있는 것을 보고 따라서 써클링을 했다. 바리오는 제법 상승음을 내면서 조금만 더 올리고 저 앞으로 나가야지 생각을 했다. 그런데, 고도는 올라가기는 올라갔는데 강한 바람으로 너무 뒤로 밀려 있었다. 내 위에 있던 기체들은 부지런히 앞으로 되돌아 가고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들도 겨우 건널 수 있었다고 한다. 나도 되돌아가려고 악셀도 좀 밟아 보았는데 아무래도 전진하는 것보다 하강이 더 많이 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되돌아 가기는 틀렸다는 판단을 하여 경기를 포기하고 뒤로 돌아 도망을 갔다.

저 넓은 평지에서 써멀이 걸리면 합천 분지를 가로 지르는 관광비행이나 할까 하는 한가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퍽 소리를 내면서 캐노피가 완전 붕괴되고 저 앞에 내 눈높이보다 아래로 내동댕이 쳐 있다. 순간 리사이드 난기류에 제대로 걸린 것을 알고 낙하산를 던지기로 하였다. 손잡이를 잡고 당겼는데 이게 웬 일! 벨크로하고 고리는 빠졌는데 하네스 밑바닥에 있는 낙하산 뭉치가 빠지지를 않는다. 아무리 세게 당겨도 빠지지를 않는다. 일단 다시 브레이크를 잡아 급회전을 막은 다음 다시 한번 낙하산을 빼려고 손잡이를 당겼다. 그러나, 단단히 박혀 있는 돌처럼 낙하산은 빠지지 않았다.

참으로 난감했다. 그러나, 할 수 없지. 안되는 것은 포기해야지. 아직 고도도 충분하고 저 아래는 기류가 조용할테니 저 아래까지만 잘 버티자. 조종줄을 다시 단단히 잡았다. 우선 캐노피가 앞으로 급격하게 쏘는 것만 막는 데 온 신경을 썼다. 양손을 가슴 정도까지 바짝 당기고 앞으로 쏘려 하는 쪽에 단단히 대응하며 버텼다. "크라밧"하고 "트위스트"만 막으면 산다는 생각으로 여차하면 풀스톨에 들어 가 펼 각오를 하며 계속 두들겨 맞으면서 떨어졌다. 그렇게 계속 떨어지다가 캐노피가 안정을 찾는가 했다. 그런데, 캐노피는 모양을 유지한 채로 제자리에서 왼쪽으로 돌기 시작한다. 나중에 이륙장에서 구경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니까 국가대표 아크로 선수보다 헬리콥터가 더 자연스럽게 되더란다.

아마도 앞으로 쏘지 않으려고 조종줄을 최대한 당기고 있었던 것이 "딥스톨"에 들어 가게 된 원인인가 싶다. 헬리콥터에서 빠져 나오는 것을 마지막으로 기체는 안정을 되찾고 기류는 고요해졌다. 앞으로 나갔다가는 또 다시 두들겨 맞을까봐 사면에 바짝 붙여서 내려 가려고 하는데 참 얄궂게도 기체가 상승을 한다. 소위 리사이드 써멀이었다. 나는 빨리 내려가고 싶은데 속도 모르고. 이래 저래 하강지역을 찾고 아래 길 옆의 밭에 무사히 착륙을 했다. 곧이어 이선범 이사님의 전화를 받고 무사함을 알리고 바우형님(성함은 모릅니다.)의 픽업을 받았다.

우선 가장 중요한 이야기. 왜 낙하산이 빠지지 않았는가?

필자는 이미 2000년 5월 낙하산을 한 번 펴본 일이 있다. 그 때는 아무 일 없이 잘 펴지고 사뿐히 내려 앉았다. 낙하산는 그 때 그 낙하산이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빠지지 않았는가? 그동안 하네스가 바뀌었던 것이다. 하네스가 바뀌었다고 낙하산이 안 빠지는게 말이 되는가? 그렇다, 시스템의 조합이 안 맞으면 그런 일도 생기는 것이다.

필자는 1996년부터 비행을 시작했다. 그 때 하네스는 "히어로" 하네스 였다. 그 하네스는 낙하산 방이 뒤에 있었으며 고리만 풀리면 바깥 커버가 풀어지게 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2000년 가을 경 쯤으로 기억을 하는데 진글라이더의 "지니2" 하네스로 바꾸고 지금까지 타고 있다.

문제는 낙하산 뭉치를 1차적으로 감싸고 있는 "이너 커버"가 문제였던 것이다. 옛날 "히어로" 시절의 "이너 커버"는 손잡이 끈과 연결하는 고리가 가운데에만 있었다. 바깥 커버만 풀리면 낙하산이 하네스와 분리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 후, "지니2" 하네스는 낙하산 방이 엉덩이 밑에 있으며 옆으로 빠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지니2" 하네스 이후의 "이너 커버"는 손잡이 끈과 연결되는 고리가 가운데 뿐이 아니라 옆에도 달려 있다. 그래서 "지니2" 처럼 낙하산이 옆으로 빠지는 하네스에 장착할 때는 옆의 고리에 연결하여야 한다.

그런데, "히어로" 시절 사용하던 낙하산 뭉치를 "이너 커버"를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지니2"에 장착을 하면, 낙하산 끈이 옆을 통해 들어가 엉덩이 판대기 밑으로 90도 꺽인 채로 들어가서 엉덩이 중앙 밑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여기다가 비행중 체중에 의해 낙하산은 꽉 조여지게 된다. 그 상태에서 아무리 위로 당겨 봐야 끈이 끊어질지언정 낙하산은 빠지지 않을 것이다.

만약 필자가 이같은 사실을 그 상황에서 알았더라면, 손은 밑으로 내린 다음 오른쪽으로 당겨 뺐으면 빠졌을 것이다. 물론 그 당시 그런 것을 차분히 연구할 시간과 능력은 없었고...

본부로 돌아와 사람들에게 겪은 이야기를 했다. GPS를 받던 박현호 사무국장님이 낙하산을 펼 것을 권유하는 무전을 듣지 못 했냐고 물어 보기도 하셨다. 우리 패러글라이딩 센터 김동만교관이 낙하산 이너 커버를 보자고 했다. 그러더니, 위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을 하여 주었다. 나는 무사히 내린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김동만교관을 비롯한 패러글라이딩 센터 교관들과 동석한 손님들에게 저녁을 쏘았다.

나중에 GPS비행 궤적을 보니 맨처음 드리프트 될 때 대략 2분여 동안 700m 에서 900m로 올라가는 동안 1km를 더 뒤로 밀렸다. 상승 자체는 괜찮은 편이었지만 드리프트가 손해가 말이 아니었다. 그것도 모르고 위만 보고 바리오 소리만 듣고 상승을 했으니 필자의 미숙함에 대해서는 더 이상은 할 말이 없다. 그 다음부터는 계기에서 풍속도 볼 수 있게 조치하는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여간 비행은 여러가지 데이타를 가지고 순간 순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두둘겨 맞고 떨어졌던 고도를 보니 약 200여m 를 떨어지고 해발 360m 정도에서 회복된 것으로 나왔다.

그나마, 시합임에도 불구하고 포기를 빨리 했던 것이 결국 나무에도 걸지 않고 무사히 내리게 된 한 요인이 되었고, 조키 샌더슨 등의 안전 교육을 받아 자신감을 가지고 해볼 수 있는 대처를 다 할 마음의 준비를 갖추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일반사진28_200606181859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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