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꿈 꿀 수 있으면 족하다 - 회원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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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같이 꿈 꿀 수 있으면 족하다
작성자 송진형 등록일 2006-06-28 15:00
조회 890
필자가 가끔 모두들 알고는 있지만 하지는 않는 이야기를 게시판에 쓰곤 한다. 오늘 문득 왜 하는지 돌이켜 생각을 좀 해 보았다.

활공계 개혁을 위해서? 물론 맞는 말인데, 이런 글 몇개 더 쓴다고 당장 바뀔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말 안하면 입이 근질거려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지금 안하고 있는 말이 더 많으니까 꼭 그렇다고 보기도 힘들다.

사실 며칠 전에 쓴 글은, 말로만 안전 안전 하는 말을 듣고 말하곤 하다가, 직접 황당한 경우를 당했던 체험을 쓰다 보니, 좀 감정이 개입이 되었다. 글에 감정이 표출되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긴 하다.

문제는 소통이다. 체험의 공유다. 어차피 말과 글로는 한계가 있다. 기본 개념이 다르면 같은 말을 들어도 이해를 다르게 한다. 같은 사물을 보고도 반대로 생각하기도 한다.

오늘 문득 필자가 썼던 글이 다른 세계의 말로 들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를 테면 맞는 말이긴 한데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결국 체험의 공유 문제일 수 있다. 오늘 필자가 한 8년 전 경험했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대략 10년 째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상인들에게 프로그램을 제작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 때는 98년이었다. 어느 한 거래처를 방문하고 있는데 웬 중년 남성 둘이 들어 왔다. 손에 태극기 함을 들고. xx경찰서 경우회라고 신분증까지 밝히더니 축구인지 야유회인지 경우회 행사를 곧 하는데 찬조를 부탁한다고 태극기를 이만원인지에 사 달라고 하였다. 그 전에도 다른 가게서 몇 번 본 적이 있었는데 상습범이었다. 그날 따라 다른 가게에서 보고 두 번째 마주쳤다.

필자는 순간 열이 받아 문 밖으로 나가 따졌다. 경우회 행사를 하는 것을 왜 여기 상인들이 찬조를 해야 되는가? 왜 태극기를 가지고 장난치는가? 다시 한 번 눈에 뜨이면 즉시 112 눌러 버리겠다. 그들이 진짜 경우회(경찰 퇴직 모임)소속 이라 하더라도 그런 행위는 범죄에 해당할 것이고, (앵벌이라고 볼 수는 없고 경우회를 들먹였으니 삥 뜯는 것이 되겠다.) 만약 가짜라면 사기등으로 쇠고랑을 차야 한다. 마침 그 때는 김대중대통령이 취임하고 얼마 안되 공직자 비리 사정을 한창 하고 있었을 때다. 사회 분위기도 그런 것 하나 껀 수 걸리면 얄짤 없을 때였다.

그들은 상당히 당황하면서도 필자에게 비위 맞추어 가며 좋은 말로 사과 반 회피 반 하면서 잘 알겠다며 빠져 나갔다. 아마도 그렇게 항의 하는 것은 처음 겪었던 것 같았다. 물론 필자도 혹시 거래처에 누가 될까봐 가만이 보고만 있다가 그들이 나가는 것을 따라 나가서 따진 것이다.

필자의 경고가 약발이 먹힌 것인지 다시는 가락시장에서 그들을 볼 수가 없었다.

필자는 그렇게 용기가 많은 편이 아니라서 대학교때 데모할 때도 용감하게 나서서 하지 않았던 탓인지, 구류 한 번 산 적도 없다. 하지만, 그런 족속들은 하나도 겁날 것이 없었다. 게다가 그 때는 정권교체가 된 직후였다. 그러나, 상인들은 다르다. 필자보다 적어도 10년은 더 오래 살아 오시면서 독재정권 아래서 말 안들으면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 분위기에서 사신 분들이다. 직접 곤욕을 치르기도 한 분들도 있고 듣고 보아서 그런 꼴을 안당하려면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가는게 상책이라는 생활 방식으로 사신 분들이다.

어떤 방식이 더 좋은 방식일까? (당위적으로 옳고 그름이 아니고 실리적으로 볼때) 사실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박정희나 전두환 시절이었으면 두 말할 것도 없이 태극기를 사주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그 때는 얼마 안가 그런 족속들이 없어진 것으로 보아서 필자의 방식이 돈도 안 뜯기고 더 이상 괴롭힘도 당하지 않는 좋은 방법이 된 것이다.

필자가 연배가 많으신 상인들보다 좋은 시절을 산 덕이다. 어쨌거나 그 상인들은 간단하고 좋은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엄두조차 내지 못한 것이다. 사실 이런 일에 대해 말로 생각을 바꾸게 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필자는 이렇게 크고 작은 승리의 경험이 꽤 있다. (승리라니까 누구와 싸워 이겼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인가를 이루고 공유하고 했다는 뜻이다. 좋은 단어가 영 생각이 안나서.)

협회가 분열 될 당시 주역들이 당시 40대 정도 되었을 것이다. 사실 우리 세대보다 어렵고 힘든 세월을 사신 분들이다. 사회적으로 많은 좌절도 겪었던 세대들이다. 젊었을 때 87년 6월이나 2002년 월드컵이나 등등 이런 에너지를 경험해 보지를 못하고, 무엇보다 공적 시스템의 성공을 경험해 본 적이 별로 없고 상호 불신이라는 실망을 강요 받았던 세대들이다.

사실 말보다 경험이 더 중요하다. 언젠가는 이심전심이 되어 협회도 통합되고, 사고도 거의 안나고, 패러글라이딩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잘 대우 받고, 동호인들도 더욱 좋은 조건에서 비행하고 인구도 늘고 하는 때가 오리라고 믿는다. 혹자는 이런 필자를 보고 꿈 깨라고 비웃을 수도 있지만 필자는 아무리 소수라도 그런 꿈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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