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합이 시작되고 이틀 내내 캔슬되었다.
앞으로도 4-5일 정도는 계속 날씨가 안 좋을 것 같다고 한다.
9시 팀리더 미팅에서 시합결정이 되지 않고,
11시경 다시 팀리더 미팅에서 결정하기로 한다.
구름도 많이 밀려오는 모양이 오늘도 힘들 것 같다고들 한다.
11시 미팅에서 일단 이륙장으로 이동하기로 결정됐다.
한국 같으면 벌써 타스크 나오고 점심 먹을 시간인데 시합결정도 나지 않는다.
그것도 그냥 숙소에서 기다리려니 영 적응이 안된다.
북쪽 이륙장으로 올라가 기체 셋팅하고 주섬주섬 점심 챙겨먹고..
그때까지도 구름이 많이 몰려와 비관적인 분위기다.
12시 30분경 드디어 타스크가 나왔다.
동쪽에 턴포인트하나, 그리고 마닐라. 46km의 짧은 타스크다.
혹시 비행중 썬더스톰이 몰려오면 stop이 아닌 자동 cancle 이라고 강조한다.
썬더스톰에 노이로제가 걸려있다.
간간히 바람이 불어오더니만 준비를 마치고 나니 윈드색이 착 가라앉아있다.
송사장님 나가고 나서 기체 펴고, 바람을 기다린다.
열바람이라서 그런지, 기체가 다 올라온 것 같아서 돌아서더라도 금새 죽어버린다.
다행히 동쪽 이륙장으로 이동한 사람들이 많아서 눈치는 좀 덜 보인다.
이륙실패 두 번 하고 나니, 스텝이 쫓아와서, 한번 더 실패하면 뒤로 가서 줄 서란다.
Ok..ok..
잔뜩 긴장하고 나름대로 힘껏 들어올려서 냅다 뛰어, 이륙성공.
근디 분위기가 영 이상하다.
뜨자 마자 죽죽 가라앉더니 쫄이다.
같이 내린 외국애랑 눈 마주치자 서로, “쉿트!”, ” 된장!!!”
말은 안 통해도 열 받는 마음은 통한다.
쫄했다고 국장님께 전화드리니, 차 벌써 내려갔단다.
출장 온 정목씨 도움으로 허겁지겁 다시 이륙장으로 이동.
선수들 다 이륙하고 아무도 없으니, 이륙장 전세 냈다.
그런데 구름 밑에 잔뜩 있는 기체들이 출발을 안하고 있다.
얼렁 올라가면 따라갈 만 해 보인다.
발라스트 팍 줄이고 다시 이륙.
왼쪽에서 올라가는 기체 따라 들어가서 돌리기 시작하니, 금새 구름이다.
근데 떼거리로 앞으로 나가던 기체들이 우르르 이륙장으로 돌아온다.
구름 찌르고 나서 갈 데도 없는디, 금새 북새통이 되어버렸다.
이건 좀 이상하다.
올릴 만큼 다 올렸는데 왜 출발들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Xc open 대회때 이렇게 여럿이 한참 버티다가 하도 답답해서 혼자 먼저 출발했다가 오리알 된 경험이 있어서 요번에는 그냥 끝까지 버텨보기로 결정했다.
한두 대 씩 출발하는 기체들이 보이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 잘 안보여서 따라 나서기가 겁난다.
그렇게 버티기를 2시간은 넘게 한 것 같다.
출발지점근처에서 서성대고 있으니 드디어 3-4대가 출발한다.
얼렁 따라 나섰다.
출발은 빨랐지만 능선 중간쯤에 다 추월 당했다.
천천히 고도유지 잘 하면서 가기로 하고 슬슬 따라갔다.
우르르 나갔던 사람들이 바닥에서 박박기고 있다.
상대적으로 내 고도가 괜찮다.
그때 문득 오른쪽에 작은 언덕 하나가 따땃해 보인다.
조기 가서 제대로 걸면 대박이지 싶다.
고도고 괜찮겠다, 그냥 들이댔다.
그리고 장렬하게 전사했다.
절대로 혼자 다니지 말라는 선배님들의 충고를 무시한 죄다.
기체 개고 있으니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기체들이 있다.
후미그룹인가 했더니 골에 들어오는 기체들이었다.
이륙장에서 개기지 않고 출발했던 사람들이 몽창 들어왔다.
이륙장에서 개기던 사람들은 골에 오더라도 데드라인 시간이 지나버려서 6시 30분까지의 최종 거리만 인정이 됐다.
도데체 왜 그렇게 출발을 안 했는가 했더니,
잘 나가던 선수들이 출발을 안 하니까 서로서로 눈치보다 결국 다 못나간 것이다.
70대가 넘는 기체들이 그렇게 어이없이 무너져 버렸다.
패러강국 스위스팀에서도 한 명도 못 들어왔다.
한국 팀에서도 먼저 출발했던 박정훈선수와 혼자 출발했던 피수용선수만 골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