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경기 상황(death gaggling) - 회원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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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제경기 상황(death gaggling)
작성자 하바인 등록일 2007-03-04 15:00
조회 970
어제 경기 상황에 대하여 각국의 내노라 하는 선수들이 비행일지나 평론
등을 통하여 심정을 토로하고 있기에 그중 일부를 올려 보았습니다.
너무나 힘들었던 상황인 것이 눈에 선하게 보이네요.


1. 오늘(월)의 동정

오늘시합은 캔슬되었답니다.
어제 밤에 비가 다시 왔고 아침부터 구름이 하늘 가득하였는데 결국 캔슬
되었다고 하며, 게다가 남쪽에서 올려오는 비구름이 태풍화 할수도 있다는
군요.

앞으로 경기일수가 4일 남았는데 1경기 이상만 성립하면 카테고리 1 경기로
성립은 됩니다.
그나저나 현지 선수들의 마음 고생이 심할 것 같습니다.


2. 어제 경기에 대한 각국 선수들의 코멘트

제목에 단 것 처럼 죽음의 써클링(death gaggling)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어제 비행은 각 선수들에게 악몽과 같았던 모양입니다.

시합도 없는 날 심심풀이 삼아 몇몇 선수들의 코멘트를 올려 보았습니다.

(가) 호주의 Heike선수

이륙장 부근의 상승은 양호했지만 릿지를 벗어나 1포인트를 찍으러 가면서
전혀 상승이 없어 도저히 진행하지 못하고 포인트를 찍은후 작은 릿지로
후퇴하여 계속 기다렸다.

: 마닐라 체육공원에서 이륙장쪽으로 후퇴하여 붙었다는 작은 릿지는 작년
키위배 참가 경험이 있는 파일러트들은 알만한 이른바 "홍필표 눈물의
릿지"입니다.

홍필표 선수가 키위배 두 번째 타스크때 그 작은 릿지에서 1시간여를
돌리고 돌리면서 눈물이 났다고 하는 릿지인데 눈에 선합니다.

홍필표 선수가 눈물이 난 이유가 걸작인데, 이역만리까지 비싼돈내고 와서
이 작은 릿지에서 1시간이 넘게 뭔짓인가 하는 자괴감에 눈물이났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들은 우리 모두도 눈물이 났었습니다.
홍필표가 골에 가려고 사투를 벌인 그 1시간여는 비행종료시각이 넘은
상태였는데 헛고생을 한 것이었고 그 와중에 고향산천 생각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써클링을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니.. ..
(당시 우리선수들 여러명이 비행종료시각에 적응되지 않아 비슷한 짓을
하였습니다)

(나) 캐나다의 Nicole선수

- 이륙장 부근의 상승은 양호하였지만 평지로 나서는 순간 지옥이었다.

- 1포인트 부근에서 1시간을 돌리며 지체하였는데 100여대가 좁은 구역에
붙어 서로 고함지르며 온갖 무례한 짓을 다하면서 써멀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
사실은 써멀이라고 부르기도 싫을 정도로 불규칙적이고 중구난방의
일관성없는 리프트였다.

- 내 바로 밑에서 글라이더 두 대가 충돌하여 1대는 라인이 끊어진 상태로
크라밧이되어 스파이럴에 들어가며 추락하다가 보조산을 펴 무사히 착륙
하였고 나머지 1대는 멀쩡히 계속 비행하였다.

- 나의 오랜 비행경력속에서 최저 속도의 크로스컨트리 비행이었다,
4시간 동안 겨우 40킬로를 갔다.

(다) 미국의 Kari 선수

7년간 이곳에서 비행을 하였지만 이런 유형의 비행 경험은 처음이다.

(라) 미국의 Bill 선수

데쓰 개글이라는 표현을 쓴 사람입니다.

1시간 동안 돌리고 돌렸지만 800피트 정도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를
계속 반복하였을 뿐이다.

도저히 힘들어 개글링 집단에서 빠져 나오는 순간 순식간에 대지가 다가
왔으며, 역겨운 똥오줌으로 더러워진 골프코스에 착륙하였다.
(아마 계속된 폭우로 짐승 분뇨가 흘러나왔다는 이야기인듯)

(마) 미국의 Tom 선수

- 오늘의 경기는 인내력 콘테스트이다.
레이스라 부르지 않겠다, 오늘의 경기는 스피드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비행이다.

- 윙과 윙, 윙과 하네스간의 터치가 극심하였다.

(바) 폴란드의 Klaudia 선수

(패트라에 가려 별로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부메랑 스포츠를 타고
고군분투하며 고른 성적을 거두고 있어 장래의 재목감으로 보임)

-1포인트 부근에서의 개글링이 아래에 있는 관객에게는 장관이었겠지만
선수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스트레스 덩어리였다.

- 중간에 페트라가 2포인트 방면으로 직선으로 째는 것을 보았지만
난 대다수와 함께 있기로 선택하였는데 결과가 증명하였다.

(사) 캐나다의 Will 선수

저는 개인적으로 이 선수의 정신세계에 대하여 매우 관심이 많습니다.
매우 아나키스트적인 사고방식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글을 보다가도 진지함과 유머가 극단적으로 오가는
것에 대하여 흥미롭습니다.

- 오늘의 경기에서 심지어 세계적인 톱클라스 선수들마저도 인내력이
모두 소진되었다.
이런 스타일의 비행은 내가 스포츠로서 즐기고자 하는 바가 아니다.

- 페트라가 만일 우승을 하면 남자부 챔피온을 따로 시상할 것인가?
(이제까지 챔피온 시상외 여자부 챔피온을 따로이 시상하여 왔으니까..)
난 반대한다. 패러글라이딩은 육체적 힘보다 기술이 보다 중요한 몇가지
스포츠중 하나이다.
비행에 성별은 별 의미가 없다.

- 어제 비행에서 좁은 구역에서 개글링을 하면서 여러건의 다중충돌이
있었고, 최소한 두건의 완전충돌 사고가 있었는데, 개글링 과정에서
선수들은 최소한 5개 이상의 언어로 서로간에 악담과 저주를 서로 퍼
부었다.

***베지미트 스토리***

윌 선수의 글중 제일 감동적(!)인 것이 베지미트 스토리입니다.

베지미트라는 것은 호주의 채소를 원료로 하는 샌드위치등에 쓰는 소스인
것 같습니다.
윌 선수가 그것에 대하여 사전지식없이 먹었다가 왝...을 하였는 모양인데
그 맛에 관하여 윌은 “집단농장의 트랙터에서 빼낸 엔진오일”같은 맛이
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베지미트에 관하여 윌이 쓴 글을 순서대로 보면,

- 두 번째 경기한날 윌은 다짐합니다.

다음 경기때 골에 가지 못하면 자신에 대한 벌로 베지미트 1통을 통째로
마시겠노라고...
정확히 말하면 벌로 먹는 것이 아니라 골에 가면 자신에게 “베지미트를
먹지 않아도 되는 상을 주겠다”라고 다짐합니다.

- 그리고 세 번째 경기날 그 충돌위험속에서 돌리고 돌리면서(endless
turning) 혼잡한 리프트 밴드를 떠나느니 차리리 충돌의 공포속에서
개글링에 전념하였고, 생각이 흔들릴때마다 수시로 베지미트를
생각하였다고 토로합니다.

- 그리고 오늘 아침에 베지미트 한통을 먹었답니다.
(어제 골에 못갔으니까..)

- 그리고 오늘 굳은 결심을 합니다.

내일은 아예 베지미트 1통을 하네스에 담아 비행할 것이다.
혼잡한 개글링에서 빠져 홀로이 써멀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때
마다(그래봐야 100% 실패할 것이 확실하므로) 베지미트 통을 열어
냄새를 맡아보고 계속 개글링을 할 것이다.

- 오늘 이륙장에서 오거나이저가 캔슬 선언을 하는 것을 들으면서
잠시나마 행복해 합니다.
내일 아침에 베지미트를 먹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확정되었으니까..

어떻습니까. 이 사람의 정신세계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이 친구의 멋진 한마디...

I always find it a bit harsh to finally understand that something I put a
lot of effort into isn't what I actually want, but that's part of figuring this
game of life out. No regrets.

난 씁쓸하게도 항상 마지막에는 깨닫게 된다.
힘들었던 이날의 경기처럼 우리 인생에도, 비록 원하는 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쏟아 부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후회는 없다.
(의역인데 맞는지 모르겠네.., 다른 의견있는 분은 올려주시길)


(아) 한국의 Park 선수

"메롱메롱"

이 선수는 제게 두번이나 "메롱메롱"이라는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제가 호주 동행을 계획하였다가 수포로 돌아가고, 그후 일시라도 방문하려
하였으나 여의치 않아 멀리서 인터넷상으로나마 경기관람에 열올리는
모습을 보며 저를 위로하기 위한 따뜻한 마음이 담긴 메세지입니다.

우리 박선수의 따뜻한 위로에 감사드립니다.


3. 한국 선수들에게

(가) 하치경 선수에게

개인적인 부탁이 있다.
베지미트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사올 필요는 없고, 하나 사서 먹어보고
감상문을 올려주기를 바란다.

그래도 자네가 제일 만만해서 부탁하는 것이니 기분나쁘더라도 꼭
해보길 바란다.

(나) 박정훈 선수에게

하치경 선수가 진짜 먹었는지 여부를 잘 감시하고 내게 알려주길 바란다.

(다) 두 사람에게

이런 내용을 국장님에게는 비밀로 해 주라..


4. 기타사항

기상이 이처럼 약하니 영국팀이 강세입니다.
영국은 평상시 매우 약한 기상 속에서 비행을 하다보니 이런 날씨에는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영국리그전을 영국에서 하지 못하여 단체로 프랑스로 와서 경기를
한 적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센기상에 속도전형인데, 최악의 경기여건을 만난 것 같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런 비행 경험 국내에서 보기 드문것이니 잘 경험하고
익혀 오시기 바랍니다.

하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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