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갑작스럽게 일이 진행되어 당황스러움을 느끼고, 비싼 돈을 들여 장만한 경기용 기체가 못쓰게 될 우려가 커진 선수 여러분들이 느끼실 황당한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같은 사정은 지금 유럽도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세계챔피언전 이후 스페인에서 그곳 활공협회가 FAI의 권고대로 자국 경기에서 경기용 기체 금지 조치를 내리는 광경을 보고 온 박정훈 선수에 의하면, 볼멘 소리가 장난이 아니라고 합니다.
스페인 활공협회는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시즌 마지막 경기를 아예 취소했다고 합니다. Ager (아이에르? 발음을 들었는데 기억이 확실치 않습니다.) 에서 열리는 월드컵 전에 그 장소에 예정되어 있던 자국 경기를 취소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들 중 경기용 기체를 타고 나간 성적은 국가대표 선발 성적에 인정을 하지 않고, 시리얼 클래스만 인정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스페인은 국가대표 선발을 하는데 월드컵 성적을 반영한다고 합니다.
우리보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선수들 의견을 모으는 절차도 생략하고, 신속히 결정을 한 것은 이유가 있겠습니다. 이번 사안이 전체 의견 모아서 다수결로 결정할 성질이 아니라는 것과 FAI가 즉각 효력으로 콤페티션 클래스 인증 유보를 내렸듯이 신속히 결정해야할 문제라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 오히려, 한국은 평소에 잘 하지도 않던 공청회도 하고, 아직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회원님들이 홈페이지에 의견 올리는 것을 보고도 뭐라고 답변을 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공청회에서 이야기를 하기로 해 놓은 상태에서, 일개 이사들 개개인이 개인적 의견을 올리는 것은 부담스럽고,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어제 히말라야 원정대 발대식이 있어서 회장,부회장님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공청회에 많은 선수들이 오기도 어려운 것 같은데, 침묵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인 것 같고, 그 전이라도 적극적으로 알릴 것은 알려야 하지 않겠냐는 건의를 드렸습니다. 그 결과 그렇게 하라는 회장단의 재가를 받고 몇 마디 글을 올립니다.
### FAI와 항공회의 권고 이후 법적 문제
유럽의 주요국들이 컴페티션 클래스 금지 조치를 내린 이유중 중요한 것이 법적 책임 문제라고 합니다. 이번에 FAI는 강력 권고(strongly advised)를 각국 NAC(항공회)에 보냈는데 사실상 FAI가 취할 수 있는 최고로 강력한 조치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컴페티션 클래스가 경기에서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그 이전과 그 이후의 법적 책임은 천지 차이라고 합니다. 강력 권고를 받고도 강행한 상태에서 사고가 났다면 법적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고 합니다. 21일 이사회 직전에 프랑스에서 받은 소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같은 사정은 한국도 전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면책서약서가 있지 않느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면책서약서가 사법 체계를 뛰어 넘을 수가 없습니다. 면책서약서는 경기 자체가 위험성이 있는데, 그것을 알고도 참가하는지 확인하는 서류에 불과합니다. 면책서약서가 있더라도 주최측이 안전 조치를 소홀이 하는 과실이 있다고 인정되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몇 년전 손경식 이사님 법률 강좌에도 나온 이야기입니다.)
우리도 몇 년 전에 경기 도중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는데, 당시 사무국장님이 관계 당국에 며칠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으시며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 결과 면책서약서 챙기는 것부터 안전 조치에 과실이 없음이 인정되어 사법처리 없이 지나 갈 수 있었습니다.
FAI와 항공회의 강력 권고를 무시하고 강행을 하다가 사고가 났을 때, 과연 사법적 판결은 어떻게 될까? 물론 당연히 아직 그런 판례가 없으니까 대법원까지 가 보아야 알겠지만, 그런 송사까지 각오하고 대회를 강행하고자 하는 사람은 현재 회장단과 이사진들 중에 한 명도 없습니다. 사안이 사안이니 만큼 이번 임시 이사회에서는 몇 명 빼놓고 다 참석을 해서 정기 이사회보다 훨씬 출석률이 좋았습니다. 참석 못한 몇 분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이 외에도 이사회에서 중요한 이야기들이 오갔는데, 이야기하다보면 그 내용들이 되살려질 것이고 저를 비롯해서 이사들이 답변을 할 것입니다. 질문을 하시면 공청회에서 토의하여 답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