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용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어쩌면 영영 세상을 등질 뻔 했던 날 - 비행리포트

구조용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어쩌면 영영 세상을 등질 뻔 했던 날 - 비행리포트

제목 구조용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어쩌면 영영 세상을 등질 뻔 했던 날
작성자 회오리 등록일 2006-11-07 15:00
조회 3,003
비행일자 : 2006. 11. 2 목요일
비행횟수 : 1회 (총 비행횟수: 187회)
비행장소 : 대전 식장산
기 종 : 진글라이더 보난자 XS
풍 속 : 10~15km/h
풍 향 : 남서~서
이륙고도 : 561m
최고획득고도: 562m(해발1123m)
비행시간 : 1시간 6분 //이륙-14시 03분 착륙-15시 9분//(총 비행시간 : 88시간 43분)
최대상승 : 3.8m/s 최대하강: -10.4m/s
비행거리 :

아침에 사무실에 가면서 하늘을 보니 아주 좋다. 뭉게 구름들이 피어나고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기상체크를 하고 있는데 스쿨장님의 머릿속에선 무주로 비행계획이 잡혔다.
나는 그냥 식장산에서 비행하고 싶은데 식장산에 내려주면 안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탠덤 타겠다는 아가씨는 식장산의 모든 상황을 설명했음에도 식장산으로 가잔다.
식장산에 거의 다 올라가서 마지막 삼거리에서 얼마 안되는 짧은 구간의 도로를 잘 깔아 놓더니 오늘은 거기에 미끄럼 방지공사가 한참이다. 차 못 들어간단다. 이륙장까지 한 1킬로나 되려나??
차에서 장비꺼내 메고 오랜만에 등산을 한다.
요즘들어 바람도 없고 풍향도 안맞아 아슬아슬한 전방이륙을 했는데 가스트를 동반한 바람이 잘 불고있다.
올 가을들어 처음으로 이런 바람을 만났다. 계속해서 주기를 살피는데 오늘 비행이 결코 만만치 않겠다.
하네스에 세팅되어 있는 날개는 보난자(2-3 grade)인데 볼레로(1 grade)로 바꿔서 탈까?
그러려면 또 걸어서 저 밑에 차에가서 가져와야 하는데.. 갈까 말까를 망설이고 있는데 스쿨장님 볼레로 안타냐 그러길래 아무래도 그래야겠어요 하면서도 볼레로를 가지러가기를 주저하고 있는데 스쿨장님 또 한마디 하신다.
보난자로 비행하기에 오늘이 얌전한 기상은 아니다. 넌 그 속에서 또 더러운 기분을 맛보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넌 충분히 소화해 낼 능력이 있으니까 집중해서 한번 비행을 해 보는것이 좋겠다.
스쿨장님 판단에 정말 내가 무모하다면 당장에 너 미쳤냐? 죽고 싶어? 라는 말이 튀어 나왔겠지만 충분히 나의 능력을 알고 있는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믿고 해볼만 하지!!
하긴 보난자로 비행하면서 벌써 세 번이나 앞전이 접히고 3분의 2가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잘 대처하고 쫄리지 않고 고도 올리며 잘 놀아줬던 내가 아닌가? 앞으로 이보다 더 거친 날들이 많을텐데 오늘부터 해보지도 않고 포기한다면 앞으로 겨울, 내년 봄까지 어쩌면 영영 볼레로를 면하기 어렵겠다.

또 한편으로 니가 요즘 비행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진짜 잘하는 줄 아는구나. 넌 단지 좋은 기상에만 비행을 했을 뿐인데.. 이륙장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두손 모으고 생각하자니 괴롭다.
언제쯤이면 난 새가슴을 면하게될까.. 그래도 오늘은 보난자를 타기로 결정했다.
탠덤 이륙전에 스쿨장님이 자신의 바리오와 GPS를 나에게 건넨다.
내 바리오는 고장나서 독일로 보내졌기 때문이다.
이건 분명 오늘 비행이 심상치 않을 것임을 알기에 나의 건투를 빌어주는 것이리라.
스쿨장님 탠덤 이륙 후 세밀하게 바람의 주기를 살피고 이륙장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이륙준비를 했다.
바람이 잠잠해진 타이밍에 날개를 올렸는데 그냥 이륙을 해도 괜찮을 정도인데 그래도 요즘 이륙장에서 이륙전에 날개를 가지고 놀아본지라 정확히 균형을 맞추려는데 갑자기 바람이 확 몰아부쳐서 그만 이륙장 오른쪽 나무에 처박고 말았다. 역시 연습부족이다.

작년 사고로 왼쪽 엉덩이에 감각이 없는데 처박으면서 또 오른쪽 엉덩이를 부딪혔다. 살짝 아프다.
그러게 바람도 쎈데 왜 괜한 짓을 해가지고..
하네스와 날개를 분리하고 날개 수거하려는데 종국오라버니와 종희오라버니 그리고 우풍씨가 도착해서 날개수거를 도와준다. 그걸보더니 배우고 싶다며 명함 달라던 아저씨 그대로 줄행랑을 친다.
착륙한 스쿨장님의 무전이 온다. 차 내려보냈냐고 착륙장에서는 성이오라버니가 이륙장으로 올라간다고..
아~!! 그러면 성이 오라버니한테 볼레로를 가져다 달라 부탁해도 되는데 이미 식장산에 올라오고 있을 터라 차마 볼레로를 갖다 달란 부탁을 못하고 다시 이륙장에서 보난자 쎄팅을 끝냈는데 이륙장 좌측앞에 먹구름이 해를 가려버렸다. 비를 뿌릴 정도는 아닌데 쉽게 사라질 구름은 아니다.
바람을 보니 아까완 다르게 얌전한데 아무도 이륙을 안한다.
종국오라버니 오늘은 비행안하시겠다고 하고 신의 아들 종희오라버니도 머뭇거린다.
내가 다시 날개를 펴고 이륙을 했다.
일단 이륙장 앞쪽의 능선을 오가면서 GPS에 찍히는 속도를 체크하며 풍향을 체크하니 서풍이다.
보문산쪽으로 나갈 때의 전진속도는 10킬로도 안나온다. 어느때는 5이하로 떨어지고.. 바람이 쎄다.
써클링을 하면 좀 밀리기는 하지만 릿지도 괜찮다.
어느새보니 우풍씨가 이륙해 있고 이륙장에는 종국오라버니의 빨간색 날개가 쎄팅되어 있다.
지난 봄 매일 같이 볼 수 있었던 여러대의 날개들이 떠 있던 식장산 하늘의 그림이 연상되고 같이 비행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륙장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지 종국오라버니 날개를 이륙장에 펼쳐둔 채 경계석 위에 올라가 풍속 체크를 하는 모습도 눈에 보이고 능선 골짜기 사이의 나무 기둥이 휘청이는게 보인다. 바람이 더 쎄지고 있다.
전진속도가 2~5를 왔다 갔다 하고 악셀러레이터를 밟는 발이 조심스러워진다.
또한 발라스트 백이 하네스 가슴 벨트에 가려 GPS가 보이지 않아 무릎으로 들어 올려서 간신히 보다가 기류가 좀 안정됐다 싶으면 한쪽 브레이크를 놓은 채 손으로 잘 보이게끔 각도 조절을 한다.
고도가 700대로 떨어지자 날개에서 전해져오는 느낌들이 심난하다. 풍향이 남서로 바뀐다.
고도를 떨어뜨려볼까? 아니면 뚫고 올라가볼까 생각하다가 다른 때 같았으면 쫄려서 내려갔을 텐데 '그래 너 이놈 어디 함 해보자!' 하고 열심히 돌려줬다. 잘 올라간다.
더 돌려주면 오늘 1500의 고도는 문제 없겠다. 오늘 이 상태라면 크로스컨트리도 가능하겠다.
스쿨장님이 얼마전부터 약속했던 바로 그 날이 오늘이다.
스쿨장님이 빨리 올라와서 같이 비행하면서 고도 확보되면 나를 데리고 가겠지 기대가된다.
어느새 우풍씨는 공업사 옆 밭으로 착륙 들어간다. 착륙 후 보내는 무전에서 날개를 세 번이나 맞았단다.
착륙장의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전하면서 절대 그곳에 내리지 말란다.
그래 지금 고도를 떨어뜨려 어려운 착륙을 하느니 해질 때까지 열이 다 사라질 때까지 비행이나 해야겠다 싶다.
스쿨장님은 탠덤 탄 아가씨 데려다주고 바로 올라오신단다. 적어도 30분은 걸리겠다.
그때까지 고도 유지하면서 기다리겠으니 얼른 올라오라고 했다. 이륙장에서는 다들 지켜보고만 있다.
이륙장 상황을 수시로 내려다보며 여기저기 쏘다니며 혼자 비행하려니 무척 심심하다.
이륙장 상공에서의 고도 획득은 아주 쉽지만 써클링 한번 하면 뒤로 밀려나서 이륙장 앞쪽으로 나오려면 정풍에 전진속도가 느려 꾀 오래 걸리고 이륙장 앞쪽 돌무더기가 있는 곳까지 가면 날개가 요동을 친다.
혼자 비행하면서 뒤로 밀리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에 고도가 내려감을 알면서도 풍상쪽으로 나와야만 했다.

2시 53분경(에어타임 50분이 넘어갈 무렵)

절의 오른 쪽 제일 산쪽으로 깊게 들어온 밭 위에서 이륙장보다 낮은 고도인 561인 상황에서 피칭이 심하다.

최대한 그곳에서 날개를 안정시키면서 좌측으로 이동하면서 만약 계속 떨어진다면 착륙밖에 없다 생각하고 온 신경을 바짝 세워 열기류를 찾아봤다. 다행히 미미하지만 걸리는게 있다. 드리프트 되면서 계속해서 돌려주는데 바리오가 미친듯이 울어대다가 전원이 나가버렸다. 이런.. 그래도 요즘 며칠간 바리오 없이 최대한 내몸에서 전해져 오는 감각을 믿으며 비행을 해 온 탓인지 느낌은 살아 있다.
소리는 나지 않고 하네스의 가슴벨트에 가리거나 보는 각도가 맞지 않아 불편하긴 하지만 바리오를 대신해서 주기적으로 GPS를 바라보면서 풍향과 속도 그리고 고도의 상승여부를 확인하며 써클링을 해주니 바리오가 없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중간에 스쿨장님 식장산에 올라오는데 또 공사한다고 차를 막아서 걸어서 올라오겠다는 무전이 왔다.
써클링을 하면서도 수시로 이륙장 아래쪽을 바라보며 거기에 신경을 쓴 탓인지 고도가 거의 900이 가까워졌을 무렵 정확한 써클링을 하지 못해 써멀에서 빠져버리고 잠시 헤메다가 다시 열을 찾아 써클링이 시작되어 오후 3시 1분경 고도를 1100을 넘어섰다.
절위 약간 뒤쪽 상공에서 하늘을 보니 바로 위에 구름이 손에 잡힐듯 하다.
고도를 조금만 올리면 구름에 들어갈 듯 한데 어떻하지?? 하지만 구름속은 여전히 무섭다.
이 정도 시간이면 이륙장에 스쿨장님이 올라 왔을 텐데.. 이륙장에 스쿨장님 올라왔느냐 물었더니 아직이란다.
혹시 올라오거든 바로 나에게 올라왔다는 무전을 달란 부탁을 하고 계속해서 이륙장 상황을 살폈다.

정확한 기억은 할 수 없지만 이렇게 심난했던 기상에 비행에 집중하기보다는 내 머릿속에서는 빨리 스쿨장님 올라오면 고도 잡아서 크로스 컨트리를 한다는 생각만으로 가득차 있었고, 가끔씩 GPS를 확인하기 위해 조종줄을 잡은 손에서 조종줄을 놓았고, 계속해서 몸을 앞으로 숙이며 이륙장을 내려다 보며 비행했던 내 안일했던 태도에 갑자기 더러운 기분을 맛봐야만 했다.

아니 어쩌면 주로 써클링을 할 때 오른쪽으로만 돌아주기에 오른쪽 턴에는 능숙하지만 왼쪽턴을 할 때에는 따라오는 오른쪽 날개의 브레이크를 적당히 견제해서 혹시 모를 날개접힙에 대비해야 하는데 그게 서툴러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1차 반응

그때 시각은 3시 8분 고도는 1084M
갑자기 왼쪽날개가 퍽 들어와서 왼쪽으로 휙 돌아버렸다.
(솔직히 맨 처음 반응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 GPS 분석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비행 잘하다가 갑자기 더러운 기분이 딱 들었을때 곧바로 정신차리고 상황을 직시하는게 내가 좀 느리다.)

이 이후의 기억은 정확하다.

내가 내 자신에게 당황하지마!! 침착해야돼!! 넌 펼수 있어!!라고 스스로를 달래고 있었다.
그때의 느낌상 접힌 날개가 휙 돌면서 스파이럴 들어갈 때 시작되는 압력이 나에게 전해져 왔고, 앞에는 하늘과 먼 산만 보이던 내 눈에는 고개를 숙여 이륙장을 바라 볼때처럼 식장산의 산세가 정면으로 보였다.

순간 날개가 접혀서 돌아가면서 스파이럴 다이브에 진입함을 알수 있었고 날개를 회복시키기 위해 브레이크를 과조작 한 탓인지 날개는 펴졌지만 날개가 회복되는 순간에 심한 피칭은 슈팅으로 이어졌고 (바이킹을 탈 때처럼) 내몸이 뒤쪽으로 붕 올라갔다가 순간 정지되었다가 내가 다이브 되면서 정면으로 보이는 것은 나무들 뿐이었고 나와 식장산 사이에 보이는 내 날개였다. 이 때에는 날개가 펴져있었다.

순간 덜컥 겁이 났다. 날개와 내 몸의 위치로 봐서 보쌈될 것만 같았다.

그래도 이 어지러운 상황에서 잘 대처할수 있었던 것은 그 동안 어설프나마 몇차레 스파이럴을 돌려봐서 그 어지럽고 썰리는 느낌을 내 몸이 기억하고 있어서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2차 반응

다행히 보쌈은 피했지만 내가 다이브 되면서 조종줄에 압력이 없어지고 오른쪽 날개의 반 이상이 확 접혔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3분의 2가 접혔다 한다.) 고개를 들어 날개를 바라봤을 때 접힌 오른쪽 날개의 끝이 살아있는 왼쪽 날개의 산줄들 사이로 들어간 크라밧 상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접힌 오른쪽 날개가 살아있는 쪽의 날개에 짝 달라붙어서 그 속에 산줄의 위치가 확인되었다. (구멍 뚫린 철망에 휴지를 놓고 세게 바람을 불면 철망모양이 어떤지 알 수 있을 때처럼)
순간 스쿨장님이 뭔가를 하기 전에 말씀하시던 "구조용 낙하산 손잡이 확인하고!!" 라는 말이 생각이 났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던 날개가 접히기 전의 고도(1000~1100)로는 날개를 회복시키기에 충분했기에 처음부터 보조산 산개를 하기엔 고도가 아까웠다. 일단 날개를 회복시켜려 애썼다.

보난자가 예민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일단 돌아가는 것을 막고 날개를 회복하려는 생각에 접히지 않은 왼쪽 브레이크를 엉덩이 까지 당기고 오른손으로는 퍽퍽 크게 펌핑을 했지만 허사였다.
접힌 오른쪽 날개의 산줄을 손으로 끄집어내려 했지만 계속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산줄을 일일이 잡아 회복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카라비너에 걸리는 고리에서부터 라이저의 길이가 내 팔의 길이와 거의 같아서 평소 비행할 때도 귀접기를 할라치면 손가락 끝에 라이저의 끝 삼각고리나 산줄 끝이 겨우 걸려서 귀접기를 하기에도 무척 힘들었다. 보난자를 계속 탄다면 귀접기 토글을 따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라이저의 꼬임

날개를 회복한다고 겨우 펌핑과 산줄을 잡으려 했을 뿐인데 갑자기 날개와 하네스의 나 사이에 왼쪽과 오른쪽의 산줄들이 서로 꽈배기 모양으로 꼬이며 돌아간다.

더 정신없이 돌아가는데 양쪽의 라이저를 온 힘을 다해 벌려주니 꼬이던 산줄은 펴졌는데(한 바퀴를 돌아서 라이저는 두 번 교차된 상태에서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이 라이저 꼬임을 해결한 것은 재빨리 잘 조취한 것 같다)

스파이럴 다이브

더 깊은 스파이럴 다이브에 진행되고 있었다. 더 이상의 회복 동작은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미 고도를 많이 잃었을 테고 날개를 회복하기 위한 상태는 이전 상황보다 훨씬 어려워졌고 만일 날개를 회복시킨다하더라도 고도 다 까져서 더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보조산 손잡이를 잡았다.(이륙장에서 지켜본 종국오라버니와 안병훈님의 말에 의하면 이때의 고도 800~900 사이였단다)

구조용 낙하산 산개

얼마 전 보조산 산개 연습을 스쿨사무실에서 해보긴 했지만 손이 먼저 보조산 손잡이로 가서 급히 떼어내려고만 하다 보니 손이 차렷 자세를 할 때 손바닥이 허벅지를 향하는 상태로 벨크로를 떼려하니 힘이 써지지 않아 다시 손바닥이 바깥쪽으로 향하도록 보조산 손잡이를 잡고 비틀어 벨크로가 떨어지긴 했는데 하네스 밑의 보조산 뭉치가 달려 나오지 않는다. 내 힘이 부족한지 보조산의 개방손잡이가 긴 것인지 당기면 빠질 줄 알았는데 빠지지 않아 순간 당황해서 손잡이를 잡고 흔들었는데도 딸려 나오지 않아 오른쪽 발로 손잡이와 브라이들 사이를 발로 차니 보조산 뭉치가 빠져 나온다.

그때서야 보조산을 뒤쪽으로 던져줬다.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내가 오른쪽으로 돌고 있는 상황이고 보조산은 오른손으로 개방하도록 되어있었다. 그렇다면 보조산을 던질 때 날개가 회전하는 바깥쪽으로 던져야 하는데 나의 경우 왼쪽이 된다.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왼쪽으로 던지지??
왼쪽으로 던진다고 왼쪽으로 보조산 손잡이를 바꿔잡고??
아니면 앞쪽으로 던진다면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글라이더와 보조산이 겹치지 않았을까?
그로 봐선 뒤쪽으로 던져준 내가 잘했다는 판단이 선다. 혹시 더 좋은 방법을 알고 계신 분은 가르쳐주세요~!!)

펴지지 않은 구조용 낙하산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보조산 서스펜션 라인이 쭉 풀려나가서 길게 뻗쳤는데 보조산이 산개되지 않고 접은 우산 모양이 되고 보조산 손잡이와 빨간 전개낭이 서스펜션 라인에 붙어 팔락거린다.
다시 한 번 보조산을 펴려고 손으로 브라이들을 잡고 흔들어봐도 소용없다. 펴지지 않는다.

구조용 낙하산이 산개되지 않은 이유

1. 구조용 낙하산 점검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 내 하네스와 구조용 낙하산은 2002년 구입해서 쎄팅한 이후로 5년 동안 한번도 하네스에서 구조용 낙하산을 빼거나 펼쳐 본 적이 없다

2. 나의 구조용 낙하산 산개 방법이 잘못됐다. (인정하긴 싫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은 잘 편다)구조용 낙하산을 산개하는데는 약 7Kg 정도 크기의 힘이 필요한데 약한 척하는게 아니라 여자한테는 결코 만만치 않은 힘이다. 여자들이여~!! 글라이더 타려면 힘을 길러라!! 힘이 없어 죽을 수도 있다.

3.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산개낭의 한쪽끝은 낙하산 산개 시 산개낭과 손잡이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구조용 낙하산 패널 끝인 스커트에 묶여 있었고, 이것은 산개되는 시점에서 서스펜션라인과 꼬여버렸다.
그래서 패널의 산개를 방해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모(김진오) 선수에게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예전에 나와 같은 방법으로 세팅되었던 구조용 낙하산을 보고 이것은 잘 펴지지 못하게 세팅되었다고 말했다 한다.

날개를 살려보자!!

아마도 이때 고도손실이 많았던 것 같다. 더 이상 펴지지 않는 보조산에 신경을 쓰느니 차라리 아직 돌아가고 있는 날개를 살리는 것이 더 낫겠다 싶어 다시 글라이더의 왼쪽 조종줄을 엉덩이까지 잡아당기고 오른쪽 조종줄을 잡고 펌핑하며 회전을 막아보려 하는데 내 몸 아래의 상황은 맨 처음 슈팅이 들어갈 때 송신탑의 앞쪽 군부대 개구리 페인팅 담벼락의 앞쪽, 옆으로는 태극기 앞 정자쯤의 위치였는데 어느새 송신탑 위에서 고도만 까져가면서 돌고 있다.

송신탑과 나의 거리 차는 불과 이십여 미터밖에 안 되는 것 같은데 내가 직접 확인 한 것만 세 바퀴나 된다.

(이것은 내 느낌에 불과하다. GPS분석에 의하면 이날 침하속도는 7.5~10m/s였다. 침하속도가 8m/s였고 한 바퀴 도는데 빨라도 5초였다고 가정한다면 한바퀴 도는데 40미터 세바퀴니까 120미터 침하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도 내가 추락한 지점과의 거리와 높이 차이를 고려한다면 마지막 아슬아슬하게 송신탑을 지나칠 때가 아마도 그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

송신탑으로 추락

C8~!! X됐다!! 왜 하필 송신탑위야? 나 진짜 죽었구나 싶다. 작년의 사고는 아무것도 아니다.
순간 당황해서 머리속이 하얘진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잘 대처하고 있었다 생각했는데 아무생각이 안들고 눈 앞에 이륙장 좌측의 높은 큰 송신탑들 그리고 그 뒤의 작은 사각형 탑과 이륙장 올라가는 도로에 세워진 전봇대가 내 시야에서 휙휙 지나간다. 산 너머 산이다.

이제 땅이 가까워졌다 끝장났다 생각하자마자 느낌이 좋다.

추락..

큰 송신탑 옆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고 작은 사각형 탑과 도로의 전봇대와 나무만 보인다.
(그래도 큰 송신탑보다는 훨~씬 낫다) 한번 보이더니 나무속으로 들어간다. 불과 한 5초도 안된것 같은데 그 짧은 시간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다 다행히 나무속으로 떨어졌다.

살았다!!

흔들림이 멈추고 하네스를 풀고 땅으로 내려오자마자 그제야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은정씨 괜찮아? 난 살아있음이 꿈만 같아 기분이 좋다. 좀 상기된 목소리로 네~!! 괜찮아요~!! 대답했다.

1096미터의 고도에서 첫 번째 반응으로부터 517미터 땅에 떨어지기까지 불과 1분 20초 만에 모든 상황 종료다.

사람이 죽는데 결코 많은 시간이 필요 없다. 헬멧을 벗어놓고 상황을 살폈더니 날개는 큰 나무 한 그루에 폭 걸려있고 나를 애태우던 얄미운 보조산은 나무에 걸리지도 않고 살포시 바닥에 내려져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송신탑 철조망이 5미터나 될랑가?바로 옆이다.

무전기로 나의 위치확인을 하고 안병훈 고문님과 종국오라버니, 성이오라버니가 구출하러 오셨다.

멀리 착륙장에서 지켜봤는지 우풍씨의 걱정어린 목소리도 들린다. 참 고마운 분들이다.

최악의 조건에서 최상의 결과가 나와 너무 기분이 좋다. 웃음만 자꾸 난다.

소식을 듣고 이륙장으로 올라온 스쿨장님과 다시 이륙장으로 갔다.

안병훈 고문님 날개 쎄팅 다 끝내고 이륙하려고 내 위치를 확인하는 순간 내가 핑글핑글 돌고 있는 것에서부터 내가 탑 뒤로 떨어질 때까지 지켜보고 이륙장에 자기 장비 내팽개치고 나를 구하러 오셨단다.

다시 이륙장에 올라서면서 몸이 멀쩡하니까 안그래도 요즘들어 슬럼프였는데 이번 사고로 더 깊이 빠지지 않을까가 젤 먼저 걱정이 되고.. 볼레로로 다시 비행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생각해보니 하네스에 보조산이 없잖아? 안되겠다! 하는데 스쿨장님 나랑 탠덤 타자! 하신다.

그럼 좋죠~!! 대답하고는 준비를 하려는데

엥?? 바람이 아까보다 더 쎄네?? 스쿨장님이랑 봄에 탠덤 타다가 앞전 들어왔는데 둘의 몸무게를 합쳐도 130킬로 밖에 안 되는데 안 되겠다 봄 그날보다 더 심난한 기상인데...

하지 말죠!! 했더니 금새 꼬리 내린다고 한다. 그럼 스쿨장님 혼자 탠덤 타세요~!! 난 안탑니다.

스쿨장님도 장비 정리하고 모두들 스쿨사무실로 모여서 다시 살아 돌아온 나의 재탄생을 기뻐하며 즐거운 저녁식사와 술 한 잔으로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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